백신 뒤의 그림자

여러분 모두 코로나 백신 맞으셨나요? 저는 감사하게도 잔여 백신 신청을 완료해서 어제 한번 맞았는데요. 델타 등 변종 바이러스가 속출되는 가운데 모두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백신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재 한국 및 세계 백신 현황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8월 16일 기준 한국은 현재 2300만 명 즉 인구의 44.6%가 1차 접종을 마쳤고 이 중 1000만 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20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시점 이 수치는 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시선을 전 세계로 돌려볼까요? 동일하게 8월 16일 기준 세계인구 중 31.7%는 1차 접종을, 23.7%는 2차 접종까지 완료했습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2차까지 무사히 마쳤음을 의미하니 코로나 상황이 많이 개선된 거처럼 보이죠. 과연 그럴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Financial Times에서 정리한 WHO 자료를 참고하면 나라마다 접종률 현황이 극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중국, 미국, 영국, 등 경제적으로 풍족한 지역은 2차 백신 접종률이 50%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현재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니제르공화국, 남수단과 같은 나라들은 2차 백신 접종률이 0.5% 채 안되는 맘 아픈 현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2차 접종률보다 대략 37배 적은 셈이죠.

다음 그래프는 나라당 1인당 국민소득 (GDP per capita)와 1,2,차 백신 접종률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원의 크기는 인구를 의미하나 접종률과 특별한 관계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 수준과 백신 접종률은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이 소득이 현저히 적은 후진국에 비해 백신 접종률도 높은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풍부하면 백신 개발이 활발하고 백신 보급이 수월하니 어쩌면 당연한 지표처럼 보이지만 당연하기에 더욱더 문제라고 보입니다.

한편으론 모두가 동일하게 어려웠던 코로나 시기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도와줬다면 백신 접종률 지표에 어느 정도의 균형이 보였으리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 또한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다고 물어본다면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백신 접종정책에 비판하고 잔여 백신 경쟁에 밀려 화내던 제 모습을 보고 이기적인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같은 시각에 나라가 경제적으로 빈약하고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에 걸렸는지 확인조차 못 할뿐더러 백신 접종을 영원히 못 할 수도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니 잔여 백신 접종에 성공해 감사 기도를 드린 저 자신조차 부끄러워집니다.

어쩌면 이들이 저보다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다양한 논문에 따르면 선진국의 평균 행복지수가 후진국에 비해 낮은 경우도 다반사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차이는 ‘선택의 폭’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희는 흔히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어떤 백신을 맞을까?’와 같은 주관식 질문을 던지곤 하죠. 그렇지만 ‘먹을 수 있을까?’ 입을 수 있을까? 맞을 수 있을까? 와 같은 외지선다형 고민을 하는 친구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친구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도와주고 싶은데 그들의 얼굴도, 이름도, 국적도, 어쩌면 존재 여부도 몰라서 솔직히 집중도 잘 안 되고 와닿지도 않아요. 이 시간 저는 제 힘이 아닌 주님의 사랑과 시선을 힘입어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길 노력합니다. 찬양 가사처럼 저는 주님보다 앞서지 않고 겸손하게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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